흙바닥 위에 쓰러진 소녀와 이를 노리는 독수리 모습을 찍기 위해 죽어가던 소녀를 방치했던 사진작가는 명성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택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참상을 알린 사진 '수단의 굶주린 소녀'을 찍은 유명 사진작가 케빈 카터(Kevin Carter)의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지난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단 아요드 지역의 한 식량 배급소로 향하던 케빈 카터는 우연히 길 위에 쓰러진 소녀를 보게 됩니다.
케빈 카터는 소녀 뒤에 앉아있는 독수리를 발견하고는 곧장 카메라를 꺼내들고 이들을 숨죽이며 약 20분 동안을 지켜봤죠.
이유는 단 하나. 찰나의 순간을 찍기 위해서죠. 케빈 카터는 멋진 사진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소녀와 독수리를 가만히 지켜보다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렇게 탄생된 사진 '수단의 굶주린 소녀'는 그에게 퓰리쳐상이라는 값진 상을 품에 안겼고 덩달이 하루아침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큰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당시 케빈 카터는 자신이 찍은 '수단의 굶주린 소녀'라는 제목의 사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금도 1분마다 전쟁과 가난으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경종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전문가들도 그의 사진에 대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극찬했지만 모두가 그의 사진에 박수를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아프리카 남수단의 비참한 기근 실상이 널리 알려졌고, 대규모 구호가 이뤄진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위험에 처한 소녀를 즉시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소녀를 구하기 보다는 사진을 먼저 찍은 케빈 카터의 행동이 비인간적이라는 항의가 빗발친 것이죠.
퓰리쳐상 수상 2개월 뒤 그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결국 지난 1994년 7월 자신의 차량 안에서 일산화탄소 가스를 마시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케빈 카터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진을 찍고 곧바로 독수리를 쫓아낸 뒤 소녀를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순간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밉기만 합니다. 소녀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여러분은 케빈 카터가 찍은 '수단의 굶주린 소녀'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케빈 카터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케빈 카터가 살아생전 찍어 남긴 사진은 사진과 언론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됐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도 그 답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러분이 그였다면, 그 상황에 놓여져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내리시겠습니까. 그와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아니면 전혀 상반된 선택을 내렸을지 궁금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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